본문 바로가기
소소한 일상/군대이야기(미육군 8년 & 한국군 3년)

미육군(US Army)입대! #3(신병교육대)

by Diaspora(복수국적자) 2023. 7. 10.

  영어 학교를 수료하자마자 바로 신병교육대로 넘겨졌다. 이제부터는 진짜 군인신분으로서의 시작을 하는 것이다. 수용연대내의 영어 학교에서 정식으로 신병교육대에 배치되어 정신없이 지시하는 대로 눈치를 봐가면서 요령껏 지내야하는 생활의 연속이다. 수백명이 같은 날 여러 중대에 입소하여 다시 수십명씩 소대별로 배치 받고서 첫 번째 하는 일이 훈련소에서 있는 동안 필요한 군대의 개인장비를 지급 받으러 가는 것이었다. 보통 실내체육관의 3~4배는 됨직한 널찍한 실내에 수백명이 줄을 서서 보급품 지급을 받으려니까 시간이 오래 걸린다.
 
  줄을 서서 한참을 기다리고 있는데 피곤이 몰려오는지 졸음이 오기 시작하는 것을 참지 못하고 그만 긴 대열에 서서 조금씩 졸고 말았다. 그런데 그때 하필이면 다른 소대의 한 드릴 싸진 (Drill Sergeant-조교)이 나의 서서 조는 것을 보고는 우리소대 책임자 조교(드릴 싸진)에게 일러바쳤다. 아마 이렇게 얘기한 것 같았다. 너의 소대에 코리언이 하나 있는데 어떻게 서서 미동도 하지 않고 졸고 있는지, 아마 ROKArmy(Republic of Korean Army)에 갔다 온-Nom 같은데 라고... 이곳의 드릴 싸진 들은 보통 10여년 이상씩의 장기복무 부사관들로 대부분은 동두천에 사단본부가 있는 한국의 미 육군 제 2사단에서 해외근무 경력을 쌓은 베테란 군인들(Soldiers)이었기 때문에 한국군대의 군기가 엄하고 절도 있는 것을 알고 있었고 또 이들은 대한민국의 군인들은 모두 태권도 유단자로 알고(착각을 하고)있었다.
 
  우리 소대의 드릴 싸진이 나에게 오더니 대열에서 옆으로 나오라고 하더니 물어본다. 너 ROKArmy(한국육군)에 갔다 왔냐고? 갔다 왔다고 대답했더니 어떻게 서서 졸 수 있냐고? 물어보면서 너 태권도 할줄아냐고 물어보기에 무조건 안다고 대답을 했다. 그랬더니 그 자리에서 엎드려 뻐쳐!를 시키더니 다시 Stand Up!(일어섯)과 엎드려 뻐쳐를 계속해서 시킨다. 그러다가 Push up을 약 20개 정도를 시키면서 내가 힘들어서 쓰러질 듯 말듯하면서 일어서려니까 “You can do it! You were ROK Soldier.”(너는 할 수 있어 너는 한국군이었잖아) 하다가 진짜 쓰러질 만하면 일으켜 세워서 정신을 차리게 하기를 서너 번! 우리말 그대로 많은 신병입소자들 앞에서 시범교육을 보인 것이다. 너희도 잘못하면 얘처럼 당하니까 잘하라는 무언의 시범케이스로...
 
  하지만 그 일이 있고 난후에 내무반으로 들어와서 부터는 드릴 싸진이 나에게 다른 신병들보다 더 잘해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얘는 영어는 잘 못하고 신체도 자그마하여 보통 미국 젊은이들보다 목 하나정도는 작아도 한국군대를 갔다 와서 강단이 있고 훈련을 잘받아내겠구나 하는 믿음이 들었던 모양이다. 아닌 게 아니라 다음부터 신병훈련에 들어가서 제일먼저 제식훈련을 가르치는데 나는 말은 잘 못 알아들어도 눈치 있게 그리고 절도 있게 제식훈련을 잘하니까 나는 언제나 제식훈련의 제일 앞줄에서 리드를 하는 역할이었다.
 
  신병훈련소에서는 매일같이 훈련병들이 교육을 받으러 나가면 중대의 주임상사가 내무반을 점검한다. 정리정돈이 잘되어 있는지? 청소는 잘하고 나갔는지? 등의 여러 가지를 점수로 매겨서 나중에 졸업할 때 우수한 소대로 선정되거나 하기 때문에 각 소대의 드릴 싸진 들은 자기가 책임을 맡은 소대의 내무반 청소에도 매우 예민하였다. 그러다보니 청소의 정리정돈과 특히 내무반 바닥을 왁스를 입혀서 샤이니 하게 광을 내야만 한다. 각 소대의 내무반에는 바닥에 왁스로 광을 내는 버핑머신이 하나씩 있어서 매일아침 훈련을 나가기 전에 광을 내어놓고 가야하는데 이 버핑머신을 다루는데는 경력이 필요한 요령이 있었다. 처음에 모든 소대원들에게 물어본다. 누구 이 버핑머신을 사용해본사람 손들어! 하는데 아무도 없고 오직 나만이... 군입대전에 사무실 밤청소를 몇개월 하면서 사용한 경험이 여기에서 빛을 발할 줄이야...
 
  이때부터 나의 임무는 새벽에 기상하면 세면후에 연병장에서 점호를 취하고 줄을 서서 식당으로 아침을 먹으러 가는데 매일아침 나는 밖에 나가지도 않고 내무반에 홀로 남아서 정리정돈과 바닥을 왁스로 광내놓고 천천히 혼자서 식당으로 가서 줄서지 않고 밥을 먹는 일종의 특과병 생활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