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신제가(修身齊家)후 치국평천하(治國平天下)!
미 육군으로 한국에 파병되어 용산 한미연합(韓美聯合)사령부에서 근무하던 1986년도 어느 날, 저의 직속상관이며 제가 섬기고 있던, 유엔군사령부/한미연합사/주한미군/미8군의 작전참모부(作戰參謀部)장 이라는 기다란 직함을 가지고 있는 미 육군 소장 Dennis R Reimer 장군 부부를 모시고 어느 모임에 갔다가 돌아오는 차안에서 부부가 나누는 대화를 듣게 되었다.
Mrs:“여보, 진짜 그날 안가도 되겠어요?”
장군: “그럼 우리 딸하고 이미 오래전에 해놓은 약속인데 지켜야지.”
Mrs: “그래도 Mr. President(당시의 5공 한국 대통령)의 초청인데 괜찮겠어요?”
장군: “중요한 선약이 있어서 불참한다고 말해야지...”
알고 보니 돌아오는 주일날 장군은 대한민국 대통령의 골프라운딩 초청장을 받아놓고 있었다. 당시에는 가끔가다 청와대 주최로 한미 간에 골프라운딩이 자주 있었는데, 대통령은 호스트라 당연하고, 한국군은 대장(★★★★)이상, 미군은 소장(★★)이상만 초대가 되어서 라운딩을 하였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그날에 섬기던 장군의 틴에이저 딸이 로마가톨릭 성당에서 견진성사라는 중요한 예식을 하게 되어 있었는데 장군부부는 오래전부터 꼭 참석하겠다고 딸과의 약속을 해놓고 있었다.
그래서 그 문제를 가지고 부부간에 대화를 나누고 있었던 것이었다. 결론은 장군이 골프초대에 가지 않고 딸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성당으로 가는 쪽을 택하였다. 이러한 논의를 운전대를 잡고 가는 동안 듣고 있는 나의 마음속에는, 과연 대한민국의 남성들이라면 어떤 선택을 했을까? 하는 의문보다는 가정과 딸과의 선약을 중요시 여기는 장군의 인품에 속으로 엄지 척을 수백 개는....
아마 만약에 대한민국의 장성이었다면 생각하고 말고도 없이 무조건 골프라운딩이고 설사 장군이 딸과의 약속 때문에 못가겠다고 했다가는 내조하는 부인이 “아니, 여보! 어딜 안가겠다고?” 날벼락이 떨어졌을 겁니다.
바로 이 장군이 한국에서의 근무를 마치고 본토로 돌아가면서 사단장 보직을 받고, 몇 년후 저도 8년의 군대생활을 정리하고 제대 후에 미국에서 생활하는데 1990년대 중반의 어느 날 TV 뉴스에 미 국방성의 펜타곤 뉴스에 낯익은 얼굴이 보입니다. 바로 제가 섬기던 그 장군이 육군대장(★★★★)이 되어서 미 육군 참모총장으로 브리핑을 하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수신제가(修身齊家)후 치국평천하(治國平天下)!....
가정을 먼저 다스린 후에 나라를 다스리라는 말처럼, 가정을, 그리고 어린 딸과의 약속을 소중하게 여겼던 장군이기에 미 육군의 총책을 맡는 자리에까지 있다가 무사히 군 생활을 마치는 장군의 인생을 보면서, 저도 따라서 수신제가후, 치국평천하 까지는 아니더라도 치국평가족(家族)은 하지 않았나 생각해 봅니다. ㅎㅎㅎ
사진 좌측상단의 사인펜 글씨는 한국복무를 마치고 가면서 저에게 고맙다는 내용의 짧은글과 함께 싸인을...
전에도 소개했지만 제일앞줄의 제일 키가큰 장군과 바로 그뒤 정중앙에 안경쓴 핸썸가이가 diaspo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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