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6년 가을에 용산으로 근무지를 옮긴후 새로운 근무처인 수송중대에서 여기가 좋사오니 하고 도끼자루 썩는줄도 모르고 천년만년 즐길것같이 보내고 있는 어느 날! 중대본부에서 공문이 날아왔습니다. 부대내에 근무하는 한국계 미군(이하 K-GI)은 지금 용산의 장군 운전병을 모집하고 있으니까 빠짐없이 면접에 가보라는.. 하지만 저는 2사단에서 이미 VIP인 지역사령관 여단장의 세단을 운전하다가 왔기때문에 VIP 운전을 하면 항상 긴장해야 하고, 대기하면서 때로는 밤늦게까지 근무해야 하는일이 많아서 안가고 있었습니다. 지금 근무하고 있는곳에서는 특별근무도 없고 주5일 근무에 평일에도 오후 2~3시면 퇴근하는 자리인지라 그동안 군대생활 하면서 풀타임같은 파트타임까지 소화하면서 지내온 세월을 이제 보상받는가 보구나 하면서 부대에서 퇴근하고 나면 나머지 많은 시간을 교회생활에 충실하였습니다. 서울로 이사와서 집앞에 바로 출석하는 교회가 있어서 전과같이 모든 모임에 참석하고 때로는 금요일 밤에는 청와대 뒤의 삼각산에 교회식구들과 함께 철야기도도 하고 내려오는 신앙의 재미에 빠져서 지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사실 장군의 전속 운전기사 자리는 저같은 K-GI라면 눈에 불을 켜고 서로 할려고 하는 자리라는것을 나중에서야 알게되었습니다.
계속해서 안가고 인터뷰를 피하고 있었는데, 마지막에는 중대본부에서 직접 개인적으로 불러놓고 K-GI들에게 면접을 갔었냐고 물어보기에 저도 더이상 피할수가 없어서 할수없이 면접을 가게 되었습니다. 면접장소인 한미연합사령부 본청건물로 가서 C-3(Chief of Staff Operation 작전참모부장)에 있는 장군(미육군 소장)사무실로 들어갔습니다. 장군 사무실에는 장군의 행정을 담당하는 중령 1명과 60세도 넘어보이는 백인 민간인(군속) 할머니가 비서처럼 장군에게 오는 전화와 장군의 스케줄을 담당하는, 이런 VIP 사무실에서만 30년 가까이 뼈가 굵어온 카리스마가 있는, 나중에는 저와 손발을 맟추어서 척척 장군의 모든 일정을 책임지는 매우 중요한 역할이었습니다. 한마디로 이 할머니의 손길을 거치지 않으면 아무라도 장군을 만날수가 없었습니다. 장군이 직접 누구를 만나겠다고 개별적인 지시가 없는 한은.....
사무실에 들어가자 바로 정면에 보이는 책상에 앉아있던 중령이 무슨일로 왔냐고 묻기에 장군 드라이버를 모집한다고 인터뷰를 가보라고 해서 왔습니다! 했더니 먼저 아래위로 인상착의를 훌터보더니 하나하나 질문을 해나간다. 이름은? Sergeant Yoon이고.... 나이는? 가족관계 등의 개인신상 파악을 일단 하더니 군대생활의 Back Ground를 물어보기 시작한다. "병과는? 트럭 드라이버라!" 음 운전병으로 딱이고, 미시민권자라, 이것도 +점수, "한국근무 한지는 얼마나 되었냐?" 물어보기에 "지난 1년동안에 제2사단 3여단장의 VIP 운전기사 직책을 무사히 수행하고 용산으로 내려왔습니다." 했더니 눈을 동그랗게 뜨고 다시한번 물어본다. 여단장이 누구였다고? 네 육군대령 밥(Bob)이었습니다.(떡-Doug이 아니고 ㅋㅋㅋ) 했더니 깜짝 놀라면서 "네가 여단장 밥의 운전기사를 무사히 수행하고 왔단말이지?" 하면서 얼굴에는 가벼운 미소를 지었습니다. 알고보니 제가 섬기던 여단장이 군대내에서도 유명한 악동같은 그런 군인이었기 때문에, 더군다나 지난번에 제가 잠깐 글로 소개했듯이 영웅호걸 같은 타입으로 장성급의 부친을 두었었던 백그라운드를 가지고도 장성진급을 못하고 대령으로 예편을 하기때문에 비하인드 스토리가 8군내의 고급장교들에게는 암암리에 알려져 있었다고 합니다. 더군다나 지금 이곳 사무실에 장군으로 와있는 육군소장과는 거의 비슷한 동기의 장교임관 시절을 지난 친구같은 군인들인지라...
인터뷰를 모두 마치고 중대본부로 돌아가서 있는데 다음날 다시 연락이 왔습니다. 장군 사무실로 다시 가보라고 해서 갔더니 어제 인터뷰를 했던 중령이 악수를 청하면서 "Sergeant. Yoon. 자네는 지금부터 장군의 드라이버야, 하면서 한가지 명심할것은 장군은 너의 장군이 아니고, 네가 장군 드라이버라는 알듯모를듯한 말을 하기에 무슨뜻인가 했더니 전임 K-GI 운전병이 그자리에서 전임장군을 모시고 있을때 주변에 있는 사람들에게 자기가 육군소장 밑에있는 육군준장 인것 같은 착각속에 거드름을 피웠다는 것입니다. 그 전임들은 장군은 동두천의 제2사단 사단장으로 보직을 옮기면서 운전기사도 함께 따라가고 새로운 장군이 본토에서 와서 이번에 운전기사를 새로 채용하는데 결국에는 제가 선택받은것입니다.
새롭게 받은 보직! 장군의 운전기사겸 부사관 보좌관! 이것이 저의 공식적인 직책이었습니다. 군대에서는 연대장이나 사단장 같은 지휘관이 아니면 수행장교 부관이 따로 없습니다. 제가 모시는 장군은 Staff이기 때문에 부관이 없이 제가 부사관 부관의 직책까지 겸하고 있는 매우 중요한 직책인지라 저는 영외거주를 할지라도 24시간 아무때라도 비상시에나 장군의 호출이 있으면 달려와야 하는 직책인지라 기동력(개인 자가용)이 필요한데 그러자면 8군내에서 군인으로서 자가용을 소지할수 있는 자격이 되어야 차량을 구입하고 소위 말하는 S 번호판을 달고 마음대로 8군을 출입할수가 있어야하기 때문에 한국에서는 고급 장교중에서도 일부만 누릴수 있는 Command Sponsorship(말 그대로 국방성에서 스폰서를 해주는)을 가지고 있어야만 하기때문에 저도 Temporary Command Sponsorship을 받아서 혜택을 누리게 되었습니다.
혜택에는 어떤것들이 있는가하면 근무지를 옮길때마다 국방부에서 모두 이사를 시켜주고 가족들의 이주 경비와 또한 한국에서 차량을 구입해서 개인적으로 운전하고, 자녀들을 8군 영내의 학교로 보낼수가 있고, 또 영내에 가족들이 거주할수 있는데 Housing이 부족하니까 영외에 주택을 렌트하면 100%는 아니지만 지역에 따라서 차등적으로 주거비 보조가 나오고 또 영외거주자라 부대식당에서 단체적으로 식사를 하지 않기때문에 본인의 식비도 봉급에 나오는 등등 많은 혜택이 시작 되었습니다. 당시에 저의 아들이 강남에 있는 외국인 자녀들이 다니는 사립 킨더가든(Kinder Garten-유치원)을 다니고 있었는데, 1주일에 3일 하루에 2시간 가는데 한달에 $200불씩 내고 다녔는데 이제부터는 미8군 부대안의 유치원에 무료로 다닐수 있게 되었고, 이것은 편법이었지만 주택보조는 월세 보조입니다. 하지만 한국에는 미국에 없는 전세계약이라는것이 있어서 전세로 거주하면서 저는 집주인에게 사정을 얘기한뒤에 계약서는 월세로 하나 따로 만들어 달라고 해서 주택보조금을 수령하게 된것은 안 비밀입니다.^^
당시에 용산에서 운전하던 장군 차량과 같은 모델의 세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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